닥터컬럼
event_available 20.08.12 12: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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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창원원장

밥 안먹는 아이를 위한 한의학적 관리법

지점명 : 분당점

본문

 안먹는 아이를 위한 한의학적 관리법


아이누리한의원 분당점 신현숙 원장

 

잔병치레와 식욕부진으로 내원한 아영이는 능력있는 전문직 엄마와 아빠를 둔 4살 여자아이다. 아영이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와 도우미 이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외할머니와 엄마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밥 먹이는 것이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아영이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고, 편식도 심해서 밥, 미역국의 국물, 우유와 요구르트만 먹는다고 한다. 밤에는 잠을 잘 못자서 일주일에 3~4번은 적어도 한번 이상은 깨고, 악몽을 자주 꿔 울면서 깬다고 한다. 배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하고, 심리적으로도 예민하며, 옷을 한번 입힐 때는 실랑이를 30분 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외출이 두렵기까지 한다고 한다. 심지어, 속옷에 팬티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바로 옷을 갈아입혀야 해서 하루에 3번은 속옷을 갈아입는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아이의 상태를 말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진이 쏙 빠진 모습으로 육아에 지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만 두돌을 전후로 아이들은 제1차급성장이 서서히 끝나면서 생리적 식욕부진기라는 시기를 만나게 된다. 이시기에는 왕성한 식욕을 보이던 아이들도 먹는양이 잠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위의 아영이처럼 생리적 식욕부진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안먹는 아이들이 있다. 소아식욕부진증에 대한 연구(아이린 채투어)에 의하면 이 아이들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까다롭고 신체적 불평이 많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며,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패턴을 보이는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다고 했다.

 

소아 식욕부진증은 만 3세 미만에 증상이 나타나며, 먹는 양이 적어 체중발달을 비롯한 성장이 매우 더딘 경우가 많다. 식욕부진이 있는 아이들은 몇숟가락만 먹고 입을 다물고, 음식을 입에 물고 있으며, 식사시간이 1시간이상이 걸린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일부는 배고프다는 소리를 전혀 하지 않아, 음식을 챙겨 먹이지 않으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아식욕부진증의 기준은 최소 1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식욕저하를 보이며, 배고프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 반면 엄마나 보호자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특정한 이유없이(아이들이 아프거나 불편함이 있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음식을 거부할 때 소아식욕부진으로 진단한다.

 

식욕부진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의 생존을 이해, 밥먹이기 위한 모든 방법을 시도하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먹이려고 할수록 아이는 점점 더 안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좋지 않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지속적인 섭식장애를 보인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덜 친밀하고, 덜 상호의존적이며, 아이를 통제하기 어려워하며, 아이에게 지시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아이를 둔 엄마는 본인의 음식솜씨 혹은 육아능력을 탓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식욕이 다른 아이보다 적은 것이다.

예로부터 아이의 식욕부진은 하나의 증상으로 간주되어 한의학적으로 관리되어 오던 질환이다. 아영이와 같은 아이는 기질이 예민하고 비위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로 진단하여 예민한 기질을 보완하는 억간산에 비위기능을 돕는 한약처방을 하게 된다. 기질이 예민하지 않고 식욕만 없는 아이들은 비위기능을 높이는 처방, 예를 들어 소건중탕, 평위산, 사군자탕 등을 체질에 맞게 처방하며, 땀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타는 등의 체온은 정상인데 열이 있는 것 같은 즉 속열이 있는 아이들은 양격산이나 백호탕류의 처방을 하기도 한다. 한약처방 후 아이들은 먹는양이 늘기도하며, 먹는양은 늘지 않았지만 식사시간이 단축되거나, 혹은 2~3개월뒤에 체중이 1kg정도 늘어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아영이의 경우 한약을 복용한 뒤 식사시간이 조금 단축되어 먹이기가 수월해지고, 밤에 깨는 횟수가 줄고, 옷에 대한 예민함이 줄어들어 육아가 수월해주었다고 한다. 식욕부진증이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한의학의 도움으로 보다 수월하게 육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5년 12월 13일 서울신문 게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code=seoul&id=20151214023005&keyword=군것질